2019. 04

엉재

2019.04

백색음유白色吟遊




백자를 처음 만난 건 단아한 아름다움의 조선백자로부터 이어져 온 익숙한 특징에 둘러싸인 요람 속 이었다. 내가 바라본 백자는 많은 사람들에게 꾸준히 사랑받고 있었지만 다른 세상이 궁금하다는 듯 기지개를 펴고 있었다. 나는 다소 무모했지만, 백자를 그 요람에서 몰래 꺼내 왔다. 그것이 백색으로 지어진 시를 읊는 여정, 백색음유白色吟遊의 시작이었다. 


여정 초반은 순탄치 않았다. 백자와 나는 서로를 제대로 알지 못해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지만, 그 와중에 커피를 마시며 창밖에 내리는 눈송이를 바라보고, 김이 모락모락 나는 백미밥을 지어 먹었다. 또 어느 날은 하늘에 펼쳐진 물결 구름을 보며 신기해 했고, 공원 한 가운데 서서 배꽃의 향기를 맡고 큰 소리로 웃으며 천천히 나아갔다. 


수많은 백색을 경험하고 돌아와, 백자를 마주하는 고요한 순간이 오면 나는 흠모하는 마음을 담아 백자를 어루만진다. 내가 바라보는 백자는 크기와 형태에 따라 숨겨진 각기 다른 모습이 있다. 다만 견고하고 은밀한 성격이라 쉽게 드러내지 않을 뿐이다. 나는 백자와 함께 음악을 듣고 끊임없이 대화하면서 새로운 모습을 찾아간다.


이번에 전시된 백자는 최근 걸어온 백색음유白色吟遊의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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